대학생 모델 선발을 위한 오디션에 나갔다. 장소는 서울역 앞 플라자 호텔의 지하 1층에 자리잡은 Bar. 대학생들 파티를 주선하는 회사에서 이번 이벤트로 대학생들 중 남자 여자 한명씩 자신의 회사의 CM에 메인으로 나갈 모델을 선발하는 오디션을 오늘 파티에서 이벤트 형식으로 실시한다는 메일을 몇 주전에 받았었다. 학생의 신분에서 입장료도 적지 않고 어린 것들이 모여서 부르주아적인 파티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1년이 넘게 끊임없이 메일로 파티 초대장이 날라왔고, “특별히 선택된 당신이 이번 자리를 빛나게 해주세요.” 라는 광고문구는 나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다. 급기야 이번 모델 오디션 이벤트에서는 학은 학교의 서클 후배들도 같이 참석하자고 종용을 해 와서 금요일 밤, 딱히 할 일도 없던 나는 참석을 결심했다. 그리고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운동으로 가다듬은 몸매를 믿고 모델 오디션에도 출전을 했고 그 장소에는 대학의 서클 후배 여자아이들도 몇 보였다. 선발 기준 중에 하나인 워킹은 이전에 내가 직접 재즈 댄스 강자를 초빙해 수업을 받은 일이 있었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으나, 당일 알아낸 것은 자신을 잘 뽐낼 수 있는 특기가 하나가 기준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앞의 후보자가 사회자에게 부탁하여 시끄러운 팝을 틀고 이상한 춤동작으로 자신의 장기를 부랴부랴 넘어가는 것을 보고 머리 속에서 살사가 생각났다. 때마침 주변에 같은 살사 클럽의 여자 후배 둘이 보였다. 한명에게 부탁을 했지만 그 여자에는 살사보다는 스윙을 많이 추던 애라서 살사는 조금 약했고, 게다가 남 앞에서 잘 나서기를 꺼리는 성격이라서 반대를 했다. 두 번째로 눈에 띠였던 남 앞에 잘 나서기를 좋아하는 후배 여자아이. 이 아이랑 싸워서 학교 클럽에서 쫓겨나고 당시 내 동생처럼 여기며 친하게 지냈던 클럽 회장이랑 통화로 큰 목소리로 감정적으로 싸웠던 과거가 있지만 지금은 이를 따질 상황이 아니다. 그 아이와는 같이 공연 한 적도 2003년도에 커플로, 학교에서 나의 살사 클럽 활동의 마지막이 되었던 2004년도공연에도 같은 팀으로도 있었기에 호흡이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차례가 더욱 가까이 다가왔고 마음이 더욱 다급해 졌다. 그 앞에 다가가서 다음 차례에 같이 장기에 나가서 같이 살사를 추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그 아이는 단신에 토실토실하여 여자가 남자 팔에 안겨서 다리부터 시작하여 머리를 허리뒤로 떨어트리고 360도를 도는 고난이도의 플립 등의 아크로바틱 동작을 하기에는 부담이 가는 체형의 파트너였지만 나름대로 2년동안 이 살사계에서 얼굴을 보아서 춤추는 패턴은 서로 익숙해 져 있는 사이였다. 비록 2년전의 일로 아직도 둘은 말을 안하고 지냈지만 나의 다급한 제안에 그 아이는 순간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에게도 득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는 승락을 했다. 그러나, 순간 머릿 속에 드는 생각은 살사를 출 음악이 주최측에서 준비를 해두었을 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매일 가지고 다니는 MP3 플레이어가 생각이 났다. 파트너도 있고, MP3플레이어도 있고 비록 바닥은 카페트라서 턴을 하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이전에 몸에 익혀두었던 공연 패턴 중에서 턴을 적게 돌면서 겉 보기에 화려했던 동작이 무엇이었나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이제 다음이 나와 차례가 되었다. 떨리는 마음에 다시 한번 나의 손가락 크기만한 아이리버 MP3를 손에 꼭 쥐었다. 작은 크기의 MP3를 산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항상 들고 다니면 언제 살사를 추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순간 오늘 오디션에서 나의 결과가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 동안 체육관에서 몸을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이제 다른 후보자들이 놓칠 특기 부분에서 난 큰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서 우선 파트너와 함께 손을 잡고 무대위로 올라간 다음 우선 워킹 시연보다 먼저 특기를 먼저 보여주겠다고 사회자에게 말을 하고는 MP3 플레이어를 건넸다. 사회자는 작은 회색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를 받아 들고는 이 안에서 어떤 음악을 틀어줄 까요? 라고 물었다. 나는 길이는 가능한 3분 내외로 짧고 카펫 바닥에서 턴이 힘든지라 박자가 너무 빠르지 않는 음악, 그리고 너무 느리면 패턴 사이에 비는 동작이 어색하기에 적당한 빠르기의 음악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아뿔사! 바로 몇일 전에 앞으로 불어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결심을 하고는 MP3플레이어 안의 살사 폴더를 전부 지워버렸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파트너는 옆에서 무슨 일이냐며 화들짝 놀란 나에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고 사회자는 시간이 부족하니 속히 선택해 달라고 종용했다. 정말 내 인생에서 최악의 상황이었다. 눈을 꼭 감고 이 순간이 꿈이기를 바랬다.
머리가 뻐근한 나는 스미요시 기숙사 방안의 침대에서 얼굴을 베개에 묻고 MP3플레이어에서 시작하는 이어폰 선에 얼굴과 목이 칭칭 감긴 체 잠에서 갰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책상의 노트북을 열고 살사 MP3 폴더를 플레이어 안으로 복사해 놓았다.